제목 : 함양읍> 용평리> 시비정거리
대중들의 여론으로 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간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를 나타낸 이야기가 바로 시비정거리이다. 지금 함양교회 후문 위쪽 운림리와 용평리의 경계인 네거리가 시비정거리이다. 근세 이후 부락민들 간에 문제가 생기고 시비가 붙으면 여론에 따라 시비를 가리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거리였다고 하여 '시비정거리'라고 하였다.
많은 이야기가 있겠으나 여기 하나만 예로 들어보겠다. 위천수를 사이에 두고 김씨가 강 이쪽에서 살면서 강건너 서마지기의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박씨가 강 저쪽에 살면서 이쪽에 서마지기 반의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농사짓기 위해 강을 건너다녀야 했다. 농사짓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비가 많이 오면 논이 떠내려가도 다리가 없기 때문에 건너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합의를 하였다. 농사짓기에 불편하니 두 사람의 논을 서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참으로 좋은 제안이요 농사짓기에 편리한 일이었다. 그런데 박씨 논이 김씨 논보다 반마지기가 더 많았다. 그래서 5년 동안 반마지기에 대한 농사 수확의 반을 박씨에게 주기로 합의가 되어 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5년째 되던 해에 김씨가 논에서 금덩이 하나를 주었다. 이 소문이 박씨에게 들어가자 박씨는 그 금덩이를 자기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소출의 반을 주기로 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주기로 한 적이 없다고 하여 시비가 붙었다. 서로의 욕심 때문에 몇 달 동안 다투었다.
이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이 거리에 모여 시비를 가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김씨 말을 들으면 김씨 말이 옳고 박씨 말을 들으면 박씨 말이 옳았다. 도저히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 때 정씨라는 사람이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두 사람이 금덩이를 똑 같이 나누어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욕심이 많아 찬성하지 않았다. "이제 당신들 싸움에 마을 사람들도 신물이 났소."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당신들과 우리가 같이 살지 못하겠소. 누구든지 그 금덩이를 가지는 사람은 이 마을에서 떠나시오." 마을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는 자를 마을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김씨와 박씨는 자기들 욕심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을 후회하였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로 하고 남은 금은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다. 이리하여 시비정거리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고 마을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 모여 중의를 모아 해결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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