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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함양읍> 죽곡리> 박문수와 과부 며느리

  박문수 어사가 삼남지방 암행길을 떠나는데 친척 한분이 "경상도 함양 땅에 가면 과부 며느리를 데리고 사는 이진사라는 자가 있는데……" 하였다. 박문수는 정상적인 생활이 아님을 직감하고 며칠 뒤 함양 땅에 들어섰다. 그 마을을 찾아가서 이진사댁을 물었다. "제 며느리를 데리고 사는 자가 무슨 말라빠진 이진사요." 하면서 "저기 외딴 대나무숲 속에 있는 집이요." 하였다. 불미스러운 관계를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보였다.

  대나무와 밤나무에 둘러싸인 집에 들어가니 이진사는 뜰에서 며느리와 함께 뽕잎을 다듬고 있었다. 지나가는 과객인데 피로해서 이 집에 머물기를 청하니 사랑으로 친절하게 인도해 주었고 밤에는 사랑에 나와 말벗도 되어주고 친절하게 보살펴주어 나쁜 사람으로는 전연 느껴지지 않았다. 피로한데 일찍 주무시라고 하며 이부자리를 펴주고 물러갔다. 본채에는 안방에 며느리가 거처하고 대청마루를 지나 건너방에 노인이 거처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안방에는 누에를 기르고 있었다. 

  박문수는 밤새 두 사람의 동정을 살폈다. 그러나 별 다른 기척이 없고 새벽이 되어 첫닭이 울자 노인이 나와 마당에서 기침을 하고 마루에 걸터앉아 담뱃대를 톡톡 치니 잠시 후에 안방 문이 열리고 술상이 나왔다. 노인은 술을 한잔 마시고 집 주위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삼일동안 동정을 살폈으나 별 다른 점을 보지 못했다. 

  나흘째 되는 날밤 박문수는 이진사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첫닭이 울기 전에 마당에 나가 기침을 하고 마루에 담뱃대를 톡톡 치니 조금 있다가 방문이 열리고 며느리의 술상이 나왔다. 박문수는 빨리 며느리의 손목을 잡았다. 며느리는 놀라면서 술상이 마루에 떨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손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첫닭이 울자 이진사가 나와 전날처럼 기침을 하고 담뱃대를 두들겼으나 시아버지의 술상은 나오지 않았다. 시아버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대답도 아니 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울기만 하였다. 아침이 되어도 밥도 짓지 않자 이진사는 불안한 모습으로 손님에게 미안해하였다. 

  이진사와 박문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이렇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다. 술상을 받아 마시는 것은 며느리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요 집 주위를 도는 것은 혹시 불량배들이 서성거리지 않나 엄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에를 기르는 방에 술냄새가 나면 누에에게 소독이 되어 병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이진사는 자기의 부덕으로 헛소문이 퍼진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탓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듣고 난 박문수는 마음이 언짢아졌다. 이날 오후 뜻밖에도 이 마을에 어사출도가 있었다. 미리 약속한 서리역졸이 모두 모였다. 이 고을 원님과 아전들까지 쏟아져 나와서 굴복대령을 하였다.

  어사는 우선 이 마을의 향장, 존위, 공원, 좌상, 문장, 선생 하는 인물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하고 호협, 주정뱅이, 불량배, 헐뜯고 비방하기 좋아하는 자들까지 조사해 오도록 명령하였다. 

  다음은 동네 노소남녀, 양민들까지 전부 불러들였다. 그리고 어사또는 추상같은 위엄으로 "여봐라! 너희 마을에서 일구여취로 이진사댁을 무슨 추행이나 있는 양반처럼 빼돌리는 모양인데 누가 그 추행을 실지로 보고 입증할 사람이 있느냐?" 하고 엄명을 내리니 아무도 실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어사는 다시 "어리석은 백성같은 이들!" 하고 소리를 높인 다음 차츰 화평스러운 얼굴로 일장의 훈시를 하였다. 

  "남의 일을 근거도 알지 못하면서 추측만으로 중구난방 떠들고 공론비평해서는 못쓴다. 이진사댁에 대해서는 이미 본관이 명백히 사실을 밝히고 난 일이다. 도리어 너희들 무리와 영리생활에 흥청거리며 남의 공론이나 일삼는 백성이야말로 이진사댁 같은 고독하고 학문하는 중에도 사업과 살림경제에 근면 성실한 본을 받아야 할 것이다. 시골의 모르는 백성일수록 그 지방에 포부 있는 선비를 잘 본받아가며 지도를 청할 일이지 외톨이로 고립을 시켜서는 못쓴다."

  대강 이와 같은 요지의 훈계를 했다. 그러고서 어사는 또 이진사의 며느리를 불러서 "어제 밤에 부인의 손목을 잡은 사람은 암행의 책임을 수행키 위한 이 사람의 행동이었느니라." 하고 사실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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