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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함양읍> 웅곡리> 고동(다슬기)바위

  웅곡마을에 전해오는 설화로 옛날 이 마을에 곱사등이 남편과 벙어리 아내가 서로 사랑하며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비록 불구의 몸이지만 정신은 건전하고 부부의 금슬이 남달리 좋아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였다. 그런데 어느 해 남편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쳐 영영 못쓰게 되었다. 그러나 아내는 불평하지 않고 남편의 병을 극진히 간호하며 혼자서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겨울이 되었는데 남편은 시원한 고동국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고동국을 끓여드리기 위해 십리나 떨어진 위천수에 고동을 잡기 위해 내려왔다. 추위를 무릅쓰고 얼음을 깨고 냇물에 들어가 고동을 잡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말았다. 고동을 잡아 어두운 밤길을 터덜터덜 올라오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아내는 길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은 길에서 얼어 죽은 곱사등이의 아내를 발견하고 남편에게 비보를 알리니 남편은 병든 몸을 이끌고 달려가서 고동을 움켜쥐고 얼어 죽은 아내의 시신을 끌어안고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은 것이라 하며 가슴을 치고 통곡하였다. 남편은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부인의 시체를 묻고 부인이 움켜쥐고 있던 고동도 함께 묻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의 무덤 곁에는 고동같이 생긴 시커먼 바위가 하나 솟아올랐다. 이 바위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가 되면 남편에게 끓여드릴 고동이 떠내려갈까봐 처량한 소리로 울고 있다고 한다. 비록 말 못하는 벙어리요 가난한 산골의 촌부이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열녀였다고 할 것이다. 건강한 여인보다 교육을 받은 양반집 규수보다 부잣집에서 넉넉하게 사는 윤택한 여인보다 깨끗한 마음과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닌가?

  부인의 무덤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지만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고동바위는 남편에 대한 부인의 지극한 사랑을 되새기게 해 주고 궂은 날은 고동소리를 내며 뭇 여인들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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