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함양읍> 신천리> 뽕밭에 얽힌 사랑
함양은 예부터 양잠이 성했던 고장이다. 따라서 함양양잠가가 있고 양잠에 얽힌 전설도 있다. 옛날 정인이라는 가난한 노총각이 백암산 기슭에서 살고 있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홍역을 앓아 심한 곰보가 되어 험상궂은 얼굴로 부잣집 머슴으로 살아가는 총각이었는데 얼굴이 험상궂기 때문에 누구도 가까이 하려하지 않아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인은 마음이 착하고 따뜻하였으며 주인집 일밖에 모르는 충직한 일꾼이었다.
주인집 딸의 이름은 수분이라고 하는데 하얀 얼굴이 보름달처럼 아름다웠다. 솜털이 가시고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자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복숭아꽃처럼 아름다워 보였고 초승달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수분은 험상궂게 생긴 정인을 멀리하지 않았고 그를 동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녀는 정인에게 두견새 전설을 들려주었다.
"서로 사랑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한 쌍의 두견새가 있었대요. 너무나 뜨겁게 사랑했는데 우연히 아내 두견새가 병이 들어 앓다가 죽고 말았대요. 그러자 짝을 잃은 남편 두견새는 아내 두견새를 찾아 애절하게 울고 있답니다. 소쩍소쩍 하고 끝없이 부르다가 목에서 피를 토하고 말았대요. 그 두견새가 흘린 핏자국마다 두견화(진달래)가 붉게 피어났대요."
수분은 정인에게 애처로운 두견새 이야기를 들려주자 정인은 이상하게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세월이 갈수록 정인의 가슴 속에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그 여인이 정인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수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분은 뽕밭에서 오디를 따먹고 있었다. 저쪽에서 무엇인가 오고 있어서 짐승인줄 알고 도망가다가 발을 헛디뎌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인은 뽕을 한 짐 따서 가마니에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언덕 아래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짐을 내려놓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 보니 그토록 사랑하는 수분이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 앉히고 그녀를 껴안았다. 머리에는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옷을 찢어 머리를 싸매주고 수분을 업고 의원에게로 달려갔다.
그 후 마을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나돌기 시작했다. 정인의 행동에 불미스런 눈총이 쏟아지고 소문은 악성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마음이 서로 통한다느니 하다가 나중에는 정인이 수분을 겁탈하려하여 수분이 반항하는 바람에 다쳤다는 것이다. 수분이 정인에게 당하고 그의 씨를 가졌다는 소문으로 발전하였다. 결국 이 소문은 수분의 부모에게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정인은 모진 몰매를 맞고 쫓겨났다.
수분은 정인을 동정하는 마음이 사모의 정으로 바뀌고 정인은 마을을 등지고 멀리 떠나버렸다. 점점 사모의 정은 깊어갔고 병이 되었다. 수분은 내 사랑을 이루지 못할 바엔 차라리 세상을 떠나고 말리라 하고 백암산 너럭바위에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버렸다. 먼 타향에서 수분의 죽음을 접한 정인은 그로 인하여 정신이상이 되어 수분의 죽음을 슬퍼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떠돌아 다녔다고 전한다.
너는 죽어서 만첩 청산 고드름 되거라
나는 죽어서 아- 봄바람 될거나
에헤뒤야 에헤뒤야 두견이 울음운다
둥둥둥 가실 임 너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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