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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휴천면> 남호리> 한남군과 새우섬

  세종대왕의 열두 번째 아들인 한남군(漢南君) 이어는 계유정란에 연루되어 엄천계곡의 새우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그 곳에서 한 많은 일생을 마쳤다. 계유정란에 연루된 한남군은 사육신과 함께 처형되어야 한다고 신하들의 상소가 빗발쳤다. 그러나 세조의 반대로 참형만은 면할 수가 있었다. 한남군은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세조 5년 유배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되어 일생을 마쳤다. 

  그는 이곳 유배생활에서 괴로운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불충에 대한 죄책감과 세조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원한이 뼈에 사무쳤고 슬픔과 고통 속에서 울부짖으며 나날을 보냈는데 몸은 쇠약해지고 정신적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마침내 병을 얻어 약 한 첩 못써보고 유배지에서 죽었다고도 하고 사약을 받고 죽었다고도 한다. 

  그 후 충정어린 한남군이 이곳에서 일생을 마친 유덕을 기리기 위해 동민들이 조그마한 석굴을 만들어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뜻에서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주었다. 그 뒤 1887년 휴천면의 유림들이 한남군을 추모하는 뜻에서 새우섬에 정자를 지어 '한오정(漢鰲亭)'이라 하였다.

  불행하게도 1936년 병자년의 수해로 새우섬이 떠내려가고 한오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그 때의 유적을 찾을 길이 없다. 한남군의 유배지인 새우섬은 홍수가 휩쓸어가고 강바닥이 되어 바위와 돌만이 앙상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섬의 흔적은 간 곳 없고 그 섬에 있던 한오정의 복구는 요원한 채 섬 주위 바위에 새겨놓은 ‘한오대(漢鰲臺)’란 글자만이 한남군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는데 지금은 섬이라기보다 강바닥의 돌더미뿐인데 마을에서 한오정 복원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한남부락에는 '가대지(家垈址)'라는 한남군이 거처하던 집터가 있는데 누구든지 이곳에 집을 지으면 무서운 재앙을 당하거나 집안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집을 짓지 못하고 밭으로 이용해 내려오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폐허가 된 그 집터에는 당시의 주춧돌뿐이라 그것이 옛날의 슬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첨언할 것은 한남마을에는 단종복위 모의시 군동원책을 맡았다가 실패로 아들과 함께 거열형을 당한 충의공(忠毅公) 김문기(金文起)의 영정이 그 후손의 가정에 전해오며 병곡면 휴촌마을은 한남군이 유배를 오면서 날이 저물어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쉬었다 하여 '쉼터' 혹은 '휴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한남군의 묘소는 상림에서 향교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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