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림면> 장항리> 아버지 찾은 아들
옛날 서울서 박어사가 시골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 싶어서 시찰차 이곳을 내려와 돌아다니는데 하루는 들판길을 걷는데 해가 기울고 비가내리기 시작하여 피할 곳도 없어서 옷이 다 젖었는데 마침 근처에 원두막이 하나 있어서 그곳에 가서 비를 피하려고 들어갔다. 주인이 없고 해서 젖은 옷을 벗어 걸고 날은 어두워져서 이곳에서 자고가기로 하고 이불이 있어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조금 있으니 어떤 여인이 자기와 같이 해서 원두막으로 오더니 말도 않고 원두막에 올라와 자기처럼 옷을 벗어 걸어놓고 알몸으로 자기 곁에 와서 눕는다. 초면의 여인이 말도 없이 그러니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남편이 죽고 혼자 사니 성욕이 발동하여 이렇게 밤에 쏘다니다가 누구라도 만나면 같이 동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와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어사인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남녀가 옷을 벗고 한 이불 밑에 누었으니 동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여인은 일이 끝나고 나자 말도 없이 옷을 입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박어사가 혼자서 가만히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꿈같은 하룻밤이었다. 새벽이 되어 주인이 와서 어떤 손님이 와서 외밭을 지켜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참회를 한 덩어리 따주었다. 저녁도 굶고 밤에 활동을 하고 하여 시장한데 참외를 아침삼아 먹고 시찰을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갔다.
그 여인은 열달 후에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영리하여 열 살이 되어 서당에서 공부를 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하게 잘하니까 아이들이 시기하여 애비도 없는 호로자식이라고 놀려댔다. 이 아이는 하도 억울하고 분하여 어머니 앞에 칼을 놓고 어머니 내 아버지를 안 찾아주면 공부도 안할 것이고 죽어버리겠다고 하였다. 하니까 어머니가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서 원두막에서의 이야기를 하고 나도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자 내일부터 내가 아버지를 찾아야 되니 여비를 마련해 달라고 해서 돈을 한 뭉치 마련해주니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나갔지만 어디 가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가 없었다. 한군데 가니 사람이 많이 모여서 가보니까 장님이 산통을 들고 점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돈을 한줌 내주고 저도 점을 쳐달라고 하였다. 그래 쳐주지 하면서 산통을 흔들어 점을 치기 시작하였다.
네 아버지는 서울에 있다. 서울 가서 네가 찾을 수 없으니 무슨 골목 무슨 골목 물어서 그곳에 가면 장님이 지팡이로 더듬으며 나올 터이니 아무 말하지 말고 땅에 팽개치고 일어나면 또 그렇게 하고 세 번만 집어던지면 그 장님이 아리켜 줄 것이다 해서 서울로 올라가 그 골목을 찾아 들어가니 장님이 나왔다.
말도 안하고 목을 잡고 땅에 개구리 팽개치듯 팽개치니 그 장인이 요놈의 자식이 뉘 자식이라 하는 것을 또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니 내가 네 애비를 아는데 요놈의 자식 내가 네 애비를 모를까봐 그러냐? 하였다. 세 번째 메고 팽개치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산통을 내 가지고 흔들어서 하 요놈이 박어사 자식이다. 박어사 자식이 나를 이렇게 하네. 저거 애비한테 내가 가서 분을 풀어야겠다.
내가 박어사 찾아간다면서 가는데 그 뒤를 졸졸 따라가니까 박어사 집에 있나 하면서 고함을 지르니까 왜 이러나 자네가 왜 돋았느냐? 하였다. 야 이놈아 이놈이 나를 이유도 없이 세 번이나 땅에 팽개쳤는데 너한테 분풀이하러 왔다고 하니 박어사가 내가 계집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산 것이 십년도 넘는데 네가 알면서 그 무슨 소리인가? 하였다.
내가 아까 산통을 흔들어보니까 네 자식이다 하면서 다시 산통을 내 흔들면서 이놈의 자식이 네 자식이다. 하면서 또 흔들어 네가 시골 갔을 때 원두막에서 부인하고 동침한 일 있지? 하였다. 박어사가 생각하니 참 그런 적이 있었다. 봐라 이놈아 그때 동침한 것이 아이가 되어서 요게 바로 네 자식이다 하였다.
그 아이가 나는 그 어머니에게 나서 열 살이 되어 서당에 가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 이렇게 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가 어르신을 쳐 박은 것은 아버지를 찾기 위한 것이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니 화를 푸십시오. 하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제 아버지를 찾았으니 우리집으로 내려갑시다. 아버지 편안하게 일생을 살 수 있으니 집으로 내려가자 하여 모시고 와서 잘 살았다는 내용이다. (장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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