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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수동면> 화산리> 조을대

  옛날에 서울에 사는 한 사람이 조실부모하고 일찍 고아가 되어서 일가친척도 없이 컸는데 세상 물정을 좀 알게 되자 거리를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이 김형 박군 김아무개 이아무거시 하면서 부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성이 있고 이름이 있는데 저는 성도 이름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럭저럭 지내는 동안 나이는 이십여 세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성도 찾고 이름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가 한군데 가니까 사주도 보고 이름도 지어 주는 사람이 하나 앉아있었다. 그는 "나 이름 하나 지어주소." 하니까 "성이 뭐요?" 하고 묻는다. "성하고 이름하고 지어 달란 말이요." 하였다. 성을 지어 달라고 해서 얼굴을 바라보니 키가 팔척이나 되고 눈이 왕방울 눈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정기가 흐르고 있어 위협적이고 겁이 났다. 다시 물어보지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당황해서 앉아있으니까 성하고 이름하고 지어 달라고 재촉을 한다. 

  위협적으로 다잡아 독촉을 하니 이 점쟁이가 겁이 나서 한다는 소리가 "좋을 대로 하시오 좋을 대로 하시오." 하였다. 그러니까 "그러면 그렇지, 인제 내 성을 갖고 이름도 갖게 되었다. 인제 내 성은 조가고 이름은 을대다." 하면서 좋아하며 뛰고 춤을 춘다.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갔는데 평양에서 임금님에게 전갈이 왔다. 지금 오랑캐가 이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우리나라를 쳐들어오고 있으니 빨리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이었다. 임금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십만의 군대가 쳐들어오면 우리는 삼십만이나 사십만의 군대가 있어야 하겠는데 당장 보낼 군대가 없다. 신하들을 모아 어전 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서 임금도 신하도 묵묵부답으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신하들이 빨리 대책을 세워 달라고 임금에게 재촉하였다. 

  임금도 어떻게 하라는 말을 못하고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좋을 대로 하시오." 하였다. 그러니까 신하들이 "조을대를 찾아라!" 하면서 나졸들을 풀어서 온 장안을 뒤졌다. 골목마다 뒤지니 마침 한쪽 귀퉁이에 키가 팔척이나 되고 왕방울 눈에 불이 번쩍이며 위력이 있어 보이는 놈이 하나 걸어오기에 "네 이놈! 너의 이름이 무었이냐?" 하고 물으니 조을대라고 하였다. 

  그놈을 잡아서 임금 앞에 대령하였다. 임금은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는데 어떤 놈을 잡아다 대령해 놓았는데 보니 의복은 남루하지만 키가 크고 힘이 세어 보이며 눈이 번쩍거리는 늠름한 모습이 대장감이었다. "네 성명이 뭐냐?" 하고 물으니 "조을대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게 하였다.

  씻고 옷을 갈아입히니 정말 대장감이었다. 갑옷을 입히고 투구를 씌우고 말을 태워 창을 들려놓으니 아주 용맹스러워 보였다. 전국에 군사를 모집하고 훈련을 시키니 무기를 장난감 다루듯 기가 차게 잘 하였다. 그래서 임금이 되었다 싶어서 몇 월 며칠에 출정을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우의정은 이번에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자기 사위를 삼으려고 점을 찍어 놓았다. 그런데 임금은 임금대로 이번 출정에 이기고 오면 공주와 결혼시켜 사위로 삼으려고 생각하였다. 

  출정 날이 되어 말을 타고 "조을대를 따르라!" 소리치며 나가니 장안의 백성들이 모두 나와 승전을 기원하며 환송하여 평양으로 달려갔다. 평양에서 쉬면서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오랑캐가 오는 길목에서 공격을 하여 적을 섬멸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서울에 파발을 보내 승리했다고 알렸다.

  승전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돌아오는 길에 이르는 곳마다 나와 만세를 부르며 환영하였다. 서울에서는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장안에 들어서자 사람이 모두 나와 환영하면서 대군을 맞이하였다. 환영회가 끝나자 임금님은 조을대를 붙들어 사위로 삼고 삼군 총수로 임명하여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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