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동면> 우명리> 구졸암(九拙菴)과 정인홍(鄭仁弘)
정인홍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영리하면서도 지혜가 특출하고 오만한 행동을 했던 모양이다. 정인홍이 어렸을 때 해인사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구졸암이 그 당시에 경상도관찰사로 임명이 되었는데 어느 날 해인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관찰사가 행차한다고 하여 온 고을이 떠들썩하고 해인사에서도 귀빈을 모실 행사 준비에 바빴다. 구졸암이 해인사에 들어오자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나가서 구경을 하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정인홍은 나가지 않고 혼자 방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귀인이나 위엄 있는 사람이 온다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하던 공부도 중단하고 구경을 하려고 밖으로 뛰쳐나오고 싶을 것인데 아이들이 다 나가도 정인홍은 혼자서 나가지 않고 방안에서 태연하게 평상시와 같이 공부를 하였다.
구졸암이 방문을 열어보니 정인홍이 버티고 앉아서 글을 읽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나와서 구경을 하고 환영을 하는데 너는 호기심도 없느냐, 혼자 방안에서 버티고 앉아 공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고 물었다. 그러자 정인홍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앉아서 "예, 사나이가 되어서 자기가 높은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박수를 받아야지 어찌 다른 분이 출세하여 오는데 나가서 박수나 치고 좋아하며 환영할 일이겠습니까?" 하였다.
구졸암이 그놈 배짱이 큰 놈이구나 생각하였다. 그래서 다시 인홍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능히 글을 잘 지을 수 있느냐?" 하고 물으니까 "예, 조금은 쓸 수 있습니다." 하였다. "그러면 내가 운자를 띄울 터이니 네가 한번 지어보아라." 하고 구졸암이 가지런할 제(齊)자를 정해주었다.
그러자 정인홍은 "塔高松短 不相齊(탑고송단 불상제) 松長他時 塔反低(송장타시 탑반저)"라 하였다. 탑이 높고 소나무가 작으니 가지런하지 못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소나무가 자라면 뒷날 탑이 낮고 소나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뜻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관찰사인 당신이 높은 자리에 있지만 뒷날에 내가 당신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 있을 것이다 하는 뜻의 글귀를 쓴 것이다.
구졸암이 보니 그놈이 맹랑하고 태도나 글귀가 보통이 아님을 알고 앞으로 크게 될 놈이구나 생각하여 정인홍을 자신의 사윗감으로 점 찍어 놓고 후일 성장했을 때 정인홍을 사위로 삼았다고 한다. 구졸암은 관찰사 밖에 못했지만 정인홍은 영의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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