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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서하면> 송계리> 양자보다 친아들

  옛날 송정지에 한 노부부가 재산은 많았지만 자손이 없어서 걱정이었다. 세월은 흘러가고 나이는 차츰 많아지고 해서 동생의 아들을 하나 양자로 택해서 사는데 노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십여 리 떨어진 산에다 산소를 마련하여 모셔 놓고는 시묘살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어머니 산소에 인사를 하러 다녔다. 

  그런데 그가 다니는 길가에 움막집이 한 채 있었다. 집이 있어도 그냥 지나쳐 다녔는데 어느 날 산소에 갔다 오는데 비가 하도 많이 와서 그 움막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을 살펴보니 식구도 없이 단칸방에 처녀가 혼자 사는 것 같았다. 이 노인은 방안에도 못 들어가고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오도 가도 못하고 날씨는 저물어 어두워졌다. 그 처녀가 죽을 끓여 저녁을 해줘서 한 술 얻어먹고 있는데 비는 계속 오고 처마 밑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처녀가 하도 딱하여 어쩔 수 없이 노인에게 말하기를 "방에 들어와서 윗목에서 주무십시오. 저는 아랫목에서 자겠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윗목에서 자고 처녀는 아랫목에서 자는데 처녀를 보니까 욕정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날 밤 처녀와 회포를 풀게 되었다. 그런 후 이 년이 지나서 그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 노인의 묘를 자기 어머니 묘 아래 썼는데 그 이듬해에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그의 할멈이 남편 제상 앞에서 울다가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영감이 제삿밥을 먹는다고 왔는데 동생이 앉아서 "형님이 뭐 하러 여기에 오시오? 내 자식인데 올 필요 없소." 하면서 형을 쫓아내었다. 그런데 영감이 나가면서 "너만 자식 있나 나도 자식 있다." 하면서 나가 버렸다. 

  할멈이 영감 뒤를 쭉 따라가니까 가는 도중에 움막이 있는데 그 움막집으로 쑥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감을 따라 움막집에 들어가 보니까 방 윗목에 흰죽 한 그릇 하고 숟가락이 하나 놓여 있고 물 한 그릇 떠다가 놓여 있었다. 영감이 그 방으로 들어가더니 그 죽 한 그릇을 잡수면서 "아이고, 맛있게 참 잘 먹었다." 하고 일어서 나가면서 사내아이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아이고, 내 새끼야." 하고 가더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꿈을 깨었다. 

  꿈을 깨어서 아침이 되도록 생각하니 너무나 생생한 꿈이요 이상하여 그곳을 찾아가 봐야 하겠다 싶어서 "너희들 여기 모두 모여서 제삿밥 갈라먹어라." 하고는 꿈에 본 그 길을 따라가 보니 그 움막집이 나타나서 조금 쉬어가자 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니까 꿈에 본 사내아이가 누워 있고 꿈에 본 그 처녀가 있어서 어째서 혼자 이렇게 사느냐고 사연을 물어보았다.

  부모님 모시고 살다가 두 분 다 세상을 떠나고 혼자 여기서 살면서 부모님 산소에 풀이나 뜯고 살다가 가려고 이렇게 산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 아기는 어쩐 애기냐고 물었다. 처녀는 노인과의 그날 밤 사연을 이야기 하였다. 그러자 그 할멈은 아이를 끌어안고 다른 거 다 필요 없으니 날 따라 오라고 하면서 아이를 안고 나왔다.  

  그리하여 처녀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할멈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는 양자에게 살림을 갈라서 내어 주고 그 처녀하고 그 아들을 키워서 영감의 제사를 지내게 하고 살았다는 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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