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의면> 월림리> 고정부락 구두쇠
옛날 고정부락에는 욕심 많은 구두쇠 부자영감이 하나 있어서 고래등같은 집을 짓고 사랑도 인색하여 자린고비나 놀부 이상으로 동정심이 메마르고 가족들이 먹는 것조차 벌벌 떠는 욕심쟁이였는데 식구들도 다 인색했다. 그 중에도 며느리 하나만은 착하고 동정심이 있어서 거지에게 식구들 몰래 한술의 밥이라도 주고 탁발승에게 한줌의 쌀이라도 주어 사람구실을 하였다.
어느 날 탁발승이 문전에 나타나 목탁을 두드리고 시주를 청하였다. 마침 부엌에서 일하고 있던 며느리가 목탁소리를 듣고 보리쌀 한 주발을 시주하였다. 그 때 주인이 나타나 이 광경을 보고 노한 얼굴로 책망하며 호통을 치고 중을 욕하며 주먹질까지 하였다. 며느리는 탁발승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으며 송구스러웠고 오히려 시주를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중이 떠나면서 며느리에게 아무래도 이집은 화를 면할 길이 없으니 부인 같이 착한 사람이 같이 화를 입어서 되겠어요? 이달 그믐날은 비가 많이 쏟아질 것이니 부인은 이 집을 피하시오. 내 말을 명심하시오 하고 송구스러워하는 며느리를 보고 말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마음이 괴로웠고 어쩐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헤어날 수가 없었다. 인색한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탁발승이 다음에 또 모면 단단히 혼을 내주리라 벼르고 있었다. 동냥을 안주면 그만이지 이제는 행패까지 부리고 쪽박까지 깨려하고 있다.
탁발승이 말한 그믐날이 왔다. 날이 밝자 며느리는 친정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인편의 전갈을 받았다. 하늘이 도와준 일이라 생각되었다. 친정으로 갔더니 어머니의 병환은 호전되었다. 며느리의 징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그를 피하게 하려고 그런 것 같았다. 비가 점점 장대비로 변하여 점심때가 되자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붓듯 쏟아졌다.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홍수가 쏟아지고 잡목들이 하천을 막아 물이 강을 범람하고 부잣집을 송두리째 뿌리를 뽑았다.
강물의 흐름이 들 가운데로 나고 부잣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천지개벽을 하여 메마른 인간에게 징벌을 가했다. 기별을 듣고 달려온 며느리는 집터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냇물만 바라보며 탁발승의 말을 회상해보는데 이집이 화를 입고 부인은 피하라는 말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탁발승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앞에 아롱거릴 뿐이다.
죽은 시부모와 남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욕심쟁이라 할지라도 부모요 남편인데 차라리 같이 죽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을 다 죽이고 어찌 혼자 남아서 살겠다고 하겠는가? 홀로 살아남은 것이 가슴 아프고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괴로워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가 중이 되어서 죽은 가족들의 명복을 빌면서 한평생을 마쳤다고 한다. (월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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