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의면> 신안리> 하룻밤에 천석하다
옛날 한 가난한 집에 땅 한 평이 없어서 부인은 다니며 피를 훑어다 죽을 끓여 먹고 남편은 이웃집 천석하는 과부 집에 날품팔이를 하여 먹고 살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사 지낼 비용이 없어서 관을 시렁에 얹어놓았다. 하루는 남편은 방에 앉았고 부인은 부엌에서 피죽을 끓이고 있었다.
그때 손님 하나가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자고 하여 부인은 피죽에 물 한 그릇을 더 부어 끓이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자고 하였다. 또 물 한 그릇을 더 부어 끓이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자고 하여, 또 물을 한 그릇 더 부어서 피죽을 끓이니 피죽 두 그릇 끓이려던 것이 다섯 그릇이 되었으니 멀건 물만 한 그릇씩 후루룩 마셨다.
세 사람이 모두 풍수였는데 묽은 피죽 한 그릇씩을 마시고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이 시렁에 얹어놓은 부친의 묘를 어디에 쓰면 십 년 후에 천석을 한다고 하니, 두 번째 들어온 사람이 자기가 아는 데는 삼 년 후에 천석을 한다고 했다. 세 번째 들어온 사람이 자신이 묏자리를 잡으면 그날 밤에 천석을 한다고 하면서 시신을 운상하자 하였다.
마을 뒤에 천석 묏자리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알면 못 쓰게 할 터이니 마을 사람들이 잠든 뒤에 쓰려고 하는데 집에는 괭이 한 자루와 삽 한 자루밖에 없어서 남편이 날품팔이하는 과부 집에 연장을 빌리러 갔다. 과부가 평시에는 일만 시켰는데 그날 밤에 보니 그 남자가 너무나 잘생겨 보여 탐이 났다. 그래서 말하기를 연장을 빌려줄 테니 할 말이 있으니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방에 들어가자 과부는 사내를 끌어안고 동침을 하였다. 그리고 과부는 사내가 부친상을 당했는데 그냥 있을 수 없다고 음식을 장만하여 가져갔다. 그러니 세 번째 들어온 풍수가 먼저 온 풍수들에게 봐라 어찌 십 년이고 삼 년이고 기다릴 수 있느냐, 저녁에 당장 부자가 되지 않았느냐, 피죽만 먹고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며 이리 오라 밥을 먹자 하고 가져온 밥을 배불리 나눠 먹고 마을 사람들 몰래 밀장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날 밤에 과부의 천석지기 재산도 다 사내 것이 되었으니 하룻밤에 천석을 한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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