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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의면> 신안리> 머슴 장가보낸 아이

  옛날 아랫마을 부잣집에 노총각 머슴을 하나 데려왔는데 나이 많도록 장가를 못 갔다. 그 주인집에 서당 다니는 12세 되는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머슴방에 찾아와서 "머슴, 장가갈래요?" 하니 머슴이 "왜? 나 장가 보내 줄래?" 하니 "예, 장가 보내주지요." 하였다. "어디로?" 하니까 "저 이웃집 아무거시 과부 안 있소. 그 사람 머슴 맘에 들어요?" 하니까 "들지만 그 사람한테 어찌 중신할거냐?" 하였다. "나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장가갈 수 있소. 내가 내일 아침부터 사흘 동안 가서 약을 올려놓을 테니 사흘째 되는 날 내 시키는 대로 하면 장가 갈 수 있소." 하였다. 믿기지 않아 "너 그래 봐라." 하였다.

  이튿날 날이 새자 그 과붓집에 가서 대문을 두드리며 "아무거시댁 우리 머슴을 데리고 갔으면 날 새기 전에 쇠죽 끓이게 보내줘야지. 날이 새도 끌어안고 남의 쇠죽도 못 끓이게 하고 있소." 하니까 "야 이놈아! 너희 머슴 여기 어디 있니?" 하니 "헤헤 거기 있네요. 방에 있네요." 하여 과부가 쫓아버렸다. 

  다음날 아침 또 가서 "어제 아침에 말했으면 오늘 아침엔 일찍 보내주어야 할 것 아니요? 왜 지금까지도 꽉 보듬고 누워있어요?" 하며 그 여자의 약을 올렸다. 과부가 약이 올라 쫓아 나오며 "어데 있어? 이놈아!" 하였다. 삼 일째 되는 날 머슴을 일찍 깨워서 그 집 마루 밑에 숨었다가 과부가 뛰어나온 뒤 방에 들어가 옷을 홀랑 벗고 이불 밑에 숨어있으라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이 아이가 가서 왜 머슴을 안 보내고 보듬고 누웠느냐고 약을 바짝 올리니 과부가 열을 올리며 부지깽이를 들고 "이놈의 자식, 오늘은 그냥 안 두겠다!" 하면서 아이를 따라 대문 밖으로 뛰어나온다. 그 틈에 머슴은 방에 들어가 시킨 대로 하였다. 아이는 도망을 가며 자꾸 "에이 저기 있네요. 방에 이불 밑에 홀랑 벗고 있네요." 하니까 "이놈의 자식, 가보자. 우리 집에 가보자." 하니까 "가서 있으면 어쩔 거요?" 하면서 그 집으로 따라갔다.

  "이놈아 어데 있니?" 하면서 이불을 훌렁 벗기니 머슴이 홀랑 벗고 누워있다. 여자가 깜짝 놀랐지만 어쩔 수가 없다. 머슴을 꾸짖을 수도 없고 아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과부는 당황해서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해 줄 터이니 동네 소문은 내지 마라." 하였다. 아이가 "그러면 우리 서당에서 잔치를 벌이도록 절편 한 당세기, 인절미 한 당세기, 시루떡 한 당세기, 술 한 두루미 장만해 주면 소문은 안 내제." 하였다. "그거야 어렵지 않으니 해 줄 테니 소문내지 마라." 하였다.

  그 과부는 음식을 장만해서 이 아이에게 주었는데 서당에 가져간 것이 아니라 제 어머니에게 가져다주며 "우리 머슴이 아무거시한테 장가갔는데 우리 머슴 상술이고 상으로 온 떡인데 동네 집집이 나누어 주면서 우리 머슴하고 아무거시의 결혼 상음식이라 하고 나눠주세요." 하였다. 아이 어머니가 그렇게 하니 동네 사람들이 "그 일 참 잘 되었다."고 모두가 좋아했다. 그 후로 온 동네 사람들이 과부를 보면 "하이고, 혼자 사는 것보다 참 잘 됐소. 그 양반 심덕도 좋고, 그렇게 한 것이 참 잘 되었소." 라고들 칭찬이 자자하였다. 

  두 사람이 결혼했다고 소문을 다 내고 돌아다녀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머슴과 과부는 같이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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