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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의면> 당본리> 정여창과 아리랑고개

  안의 죽당마을과 관북마을 사이의 아리랑고개에 얽힌 설화가 있다. 정여창은 영리하고 효성이 지극한 청년으로 학문을 닦아서 청운의 큰 뜻을 품고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을 향해 종자 하나를 데리고 집을 떠나게 되었다. 안의를 거쳐 화림동 계곡으로 육십령을 넘어서 옥천으로 북상할 계획이었다. 

  안의를 지나가려 할 때 불량배들이 종자의 괴나리봇짐을 잡아당겨 종자가 쓰러졌다. 정여창은 목소리를 높여서 호통을 쳤다. "너희는 어떤 놈들이기에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행패를 부리느냐?" 하였으나 그들은 오히려 정여창을 비웃고 놀려댔다. 정여창은 갈 길이 멀고 이런 놈들과 시비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종자와 함께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조용히 지나가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다시 우루루 몰려와 앞길을 가로막고는 가는 길목에다가 가래침을 뱉았다. 어린 놈들에게 이러한 굴욕을 당하면서도 분함을 꾹 참고 '이놈들, 두고 보자! 내 꼭 그 행동을 갚아주마.' 하는 마음을 다져 먹고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종자에게 길을 재촉하였다. 열흘도 넘게 걸려 피로한 몸을 이끌고 한양에 도착하였다. 며칠을 푹 쉰 뒤, 과거에 응시하여 시험을 치렀는데 무난히 합격하였다. 

  시강원 설서로 등용되어 세자를 가르치다가 보람을 찾지 못하고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안의현감을 자원하였다. 임금님도 정여창의 청을 들어주어 안의현감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님을 뵙고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다는 기쁨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안의의 지형을 살펴보니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고을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과거보러 갈 때 불량배들에게 당한 굴욕을 잊지 않았다. 그 앙갚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소의 형국인 뒷산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소의 목을 자르듯 서너 발 되는 노폭으로 길을 내고, 아리랑고개라 하였으며 소의 머리 쪽인 교동에 소를 잡는 백정들을 모여 살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맥을 잘라 지력을 약화시킨 이후로 안의는 한발이 자주 오고 흉년이 들곤 하였다. 그 뒤로 부임한 현감들이 아리랑고개에서 변을 당하는 등 이 고을에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젊은 시절 모욕을 당한 정여창이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고을의 지세를 끊어버린 탓이라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안 새로 부임한 현감이 아리랑고개에 봉을 세우고 교동마을 백정들은 딴 곳으로 이주하게 하니 다시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설화일 뿐 정여창은 안의에서 선정을 베풀었고 성현으로 추대되고 나니 불량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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