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곡면> 덕암리> 선녀와 애기소
옛날 주암 마을에 마음씨 착한 한 노총각이 하나 있었는데 집이 가난하여 나무를 해다가 팔아서 겨우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따뜻한 봄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저분하던 집안이 깨끗이 청소가 되어있고 비어있던 쌀독에는 쌀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어렸을 때 들은 도깨비의 장난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자기는 도와줄 형제나 친척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으니 어리둥절하였다. 그런데 잠시후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들어왔다. 노총각은 제가 남의 집에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너무나 당혹하여 머뭇거렸다. 여인은 부엌에 물동이를 내려놓고 큰 절을 하였다. 저 여인이 잘못 온 것이 아닌가!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같은 가난뱅이에게 올 리가 있나 생각했다.
이 미천한 계집이 도련님을 지아비로 모시겠사오니 저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하는데 옥 같은 목소리 꽃 같은 얼굴에 날씬한 몸매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고 섬섬옥수의 손끝에 향기가 풍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꿈은 아니었으니 더욱 당황하였다. 그리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부지런히 일하며 금실이 남달리 좋아 행복이 넘쳤으며 살림도 늘어나고 귀여운 옥동자를 낳았다.
어느 여름날 부부는 모내기를 하다가 나무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어린아이도 젖을 먹여 잠든 아기를 반석위에 눕혀놓고 다시 논에 들어가 모내기를 하였다. 한시가 바쁜 계절이고 특히 오늘 물을 잡아놓은 논에 모를 다 심어야 한다. 열심히 모를 심고 있는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덮이고 천둥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다.
어린아이가 걱정이 되어 놀란 그들은 아기를 데려오려고 급히 개울가로 달려갔다. 이 일을 어이하겠는가! 조금 전만해도 작은 계곡물이었던 것이 얼마나 위에서 비가 쏟아졌는지 어느새 폭포 같은 홍수로 변하였다. 반석위에 눕혀놓았던 아이가 간곳이 없어졌다. 아이가 덮었던 포대기만 물 위에 밀려서 흘러갈 뿐이다. 이들 부부는 미칠 것만 같다. 그 포대기를 보니 눈이 뒤집히는 것 같다.
젊은 부부는 통곡하면서 개울의 아래 위를 뛰어다니며 찾아 헤맸다. 물이 고인 곳이나 바위틈 할 것 없이 다 뒤졌다. 사흘동안 물 속을 헤매면서 찾았지만 아이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상심한 세월을 슬픔 속에서 보내다가 아이 생각이 나서 도저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이 마을을 떠나고 말아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에 천둥이 치며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아기가 사라진 그 바위에 하늘에서 한 줄기 서광이 비치더니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 용은 물론 물에 빠쳤던 어린아이가 용이 되어 개울에 숨었다가 올라간 것이라고 전한다. 용이 올라간 장소가 깊이 패어 소가 되었다. 그 여인은 옥황상제의 딸이었으나 하늘에서 죄를 짓고 쫒겨온 것이다. 딸을 인간에 내려보낸 옥황상제가 크게 후회하여 딸 대신 아이를 하늘로 데려간 것이라고 전한다.
지금도 아이를 잠재웠던 반석위에는 용이 올라갈 때의 발자국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폭포 속에 뚫려있는 그 동굴은 용이 살던 곳이라 한다. 어린아이가 용이 되어 올라갔다하여 그 소를 애기소라 하며 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용소라고도 전해진다. 그 뒤 이 마을은 차츰 쇠퇴해지고 어린이들이 이 소에서 목욕하다가 빠져죽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덕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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