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곡면> 공배리> 떨어진 바위
공배에서 서평으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쪽 들 가운데 큰 바위가 솟아 있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나무들이 자라서 우거지고 그 옆으로 거울같이 맑은 명경지수가 흐르고 있는데 시원스럽고 쾌적한 곳으로 경치가 빼어난 이곳을 '떨어진 바위' 또는 '부래암(浮來岩)'이라고 하는데 이곳이 바로 옛날 선비들이 자주 모여 시회나 가무를 즐겼던 대고대(大孤臺)다.
층암절벽의 맨 위에는 반석이 넓게 펼쳐져 백여 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로 되어있다. 그래서 유생들이 모여서 강론하고 시생들이 모여서 시회를 열고 야유회를 갖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이 바위 위에 옛날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있어 더욱 운치를 나타내었는데 육이오 사변 후 그 소나무는 죽어버렸다.
그 옆으로 바위에 '石松 秋史'라는 김정희의 독특한 추사체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여러 지방에서 선비들의 발길이 미친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계서원, 청계서원, 구천서원, 도곡서원, 당주서원이 주위에 몰려있어 선비들이 자주 어울려 강회, 시회, 야유회 등의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곳이라 생각된다.
근래에는 학자들이나 예술인들의 모임은 찾아볼 수 없고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이용되었지만 지금은 그저 외로이 홀로 들 가운데 서 있는 대에 지나지 않는다. 강물과 산도 가까이 있어 낚시꾼들이나 초동들의 휴식처이기도 하였다. 이곳에 대고대가 생기게 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의 이야기로 비가 오지 않고 홍수도 나지 않은 맑은 날이어서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뿔뿔이 자기 일터로 나가고 아낙네들도 길쌈에 빨래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때에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남계천 상류에서 무엇인가 떠내려 오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큰 바위덩어리가 떠내려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이때에 남계천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이 이 광경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라웁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생각되어 하던 빨래를 멈추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바위가 떠내려온다. 바위가 떠내려온다." 그 여인이 소리치는 바람에 떠내려오던 바위는 지금의 대고대 위치에서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고 한다. 이 바위가 바로 절경을 이루고 있는 떨어진 바위인 것이다. 이 바위를 보고 점필재(佔畢齋)는 시한수를 지었다.
남계수 서쪽 언덕에는 좁은 길이 얽히고
황석산 기이한 봉우리는 준마되어 달려오네.
해저문 화림동에는 비바람이 급히 부는데
먹구름은 대고대를 날아 지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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