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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병곡면> 원산리> 갈까말까논배미

  원산리 민재 아래에 갈까말까논배미라고 하는 논다랭이가 있다. 모심기가 한창인 오월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중이 하나 있었다. 논에서 하얀 허벅지를 들어내고 부지런히 모를 심고 있는 한 여인을 보고 음심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들에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구슬러 보고 싶은 욕망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라서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보살님, 안녕하시오?" 중은 그 여자를 보고 보살님이라 부르며 말을 걸었다. "예, 부처님의 공덕으로." 하면서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애교 띤 미소를 지었다. "보살님, 날씨가 더운데 저기 나무 밑에서 쉬었다 하시지요. 관상이 보통이 아닌데 내가 관상을 보아드리리다." 하고 여인을 숲속으로 유인하여 운우를 즐겼다.

  이후로 산속에 있던 중은 가끔 여자 생각이 날 때면 마을로 내려와 그 여인과 내통을 하여 관계를 지속하였다. 어느 가을날 절과 그 마을의 중간쯤에 감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감홍시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어느 사냥꾼이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먹고 있는데 한 여자가 올라와 그 감나무 밑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구를 기다리는 듯하였다.

  조금 있으니까 위쪽에서 중 하나가 내려왔다. 그들은 만나 중이 대뜸 끌어안으며 무어라 속삭였다. 그러자 여자가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요. 꼬리가 길면 밟히기 십상이에요. 그러니 이제 사월 초파일에나 만나요." 하자 서로 만나자 만나지 말자 실랑이를 하다가 개똥이 애비가 집에 있을 때는 대문 곁 담장 위에 질그릇을 내려놓고 멀리 가고 없을 때는 질그릇을 담장 위에 올려놓기로 하였다. 여자는 "옳아요. 역시 대사님은 지혜가 있네요." 하였다. 둘은 그렇게 약속했다. 

  중은 여인을 끌어안고 옷을 벗기고 다시 한 판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여인은 옷을 주워 입으며 "임신을 하면 어떡해요? 아이 아범은 이제 아이를 못 낳게 되었어요." 하였다. 중이 "허허 걱정도 팔자네 그려. 이봐 걱정하지 말아요. 설혹 아이가 생긴다 해도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분께서 뒷감당을 해 주실 텐데 뭐." 하였다.

  아까부터 감나무 위에서 흥분한 가운데 숨을 죽이고 구경하던 사냥꾼이 깜짝 놀라 외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재미는 저희들이 보고 뒷감당을 내게 시킨다고? 염치도 좋은 놈이다."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자 두 연놈은 깜짝 놀랐다. 계집은 도망쳐 내려가고 중놈도 소스라쳐 놀라면서 사냥꾼 목소리를 하늘의 소리로 알고 땅바닥에 엎드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리다 도망치고 말았다.

  그 후 중은 욕정이 불타오를 때마다 참지 못하고 절간을 내려와서 계집이 있는 마을로 향하다가 처음에 계집이 모를 심던 논배미에 이르러 감나무 밑에서 듣던 사냥꾼의 목소리를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로 알고 계집의 집에 갈까 말까 망설이곤 하였다. 그 때부터 그 논배미를 '갈까말까논배미'로 부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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