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전면> 경백리> 비녀바위
능경마을 남쪽에 비녀소가 있고 비녀소 위의 절벽에 비녀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그런데 옛날 이 고을에 김진사가 살고 있었는데 그의 무남독녀 외딸인 옥이라는 처녀가 복사꽃처럼 아름다운 자태와 구슬 같은 목소리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살고 있었다. 인근의 총각들은 누구나 침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오월 단오절이 되어 여느 집 여인들과 같이 옥이도 외출을 하여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그네뛰기를 하였다. 그런데 멀리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길이 있었는데 그의 모습이 옥이의 눈에 들어왔다. 옥이와는 신분이 다른 사람 같지만 범상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굵직한 얼굴선 듬직한 체구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호기심으로 보다가 옥이는 순간 손을 놓아 그네에서 떨어져 혼절하였다.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왔으나 몸이 쑤시고 아팠다. 한기와 통증으로 누워있는데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게 되었다. 그네를 탈 때 눈길을 보내던 그 사내와 손을 잡고 숲길을 거닐며 즐겁게 놀다가 헤어질 때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꿈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며칠 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람을 쏘이러 마당에 나갔는데 그 사내가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방으로 다시 뛰어들어 왔다. 그 사내는 주인을 부르고 지나가는 떠돌이 화공인데 하룻밤 쉬어갈 수 없느냐는 것이다. 김진사가 화공의 청을 허락하였다. 그는 그 집 머슴인 곰쇠의 호감을 사서 꾸러미를 하나 옥이에게 전해달라고 엽전 몇 닢을 주며 부탁했다. 다음날 아침 세수를 하고 들어가는데 곰쇠가 꾸러미를 주어 방에 들어가 풀어보니 그림 속 선녀가 그네를 뛰는데 그 선녀가 자기임을 알 수 있었다.
조반을 먹고 그 화공은 김진사를 뵙고 허락하시면 초상화를 한 장 그려주겠다기에 김진사는 허락하였다. 초상화를 완성하는 시간을 되도록 늦추면서 화공은 김진사의 초상화를 그렸다. 김진사와도 점점 가까워져 술좌석도 같이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옥이에게 가 있었다.
그 화공의 부친은 판서였다. 그러나 사화에 연루되어 역적으로 몰리어 죽게 되었고 그는 화공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처지였다. 그는 어느 날 밤 곰쇠를 통해 옥이와 만나게 되었고 옥이와 대화하고 가까워지게 되었다. 옥이는 이제 이 화공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결혼의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화공은 사랑의 징표로 자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비녀를 옥이에게 꽂아주었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옥이 어머니가 옥이 방에서 그네 뛰는 그림을 발견하고 화공의 짓으로 생각하고 호들갑스럽게 김진사에게 알렸다. 김진사는 대로하여 화공을 잡아다 족쳤다. 피투성이가 된 화공은 요절하고 말았다. 화공이 요절하자 옥이는 몇날 며칠을 울고 또 울었다. 김진사와 그의 아내는 딸을 치료하려 백방으로 애를 썼지만 불가능한 것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옥이의 병은 더 깊어지고 화공의 이름을 부르며 능경마을 남쪽 벼랑에 이르게 되었다.
옥이는 바위 위에 사랑의 정표인 비녀를 남겨두고 절벽 아래 소에 빠져 죽었다. 이렇게 하여 그 바위는 '비녀바위'라 불리게 되었고 칠월 칠석이 되면 비녀바위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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