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상면> 금당리> 모동술
구평마을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다. 옛날 박정승이 있었는데 큰 아들은 평양감사이고 작은 아들은 암행어사였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 결혼하자 남편이 죽고 청상과부가 되어 친정집에 와서 별당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박정승은 자기 딸이 저녁으로 어찌 지내는지 궁금해서 어느 날 밤 별당을 순행하였다. 밤에 살금살금 별당으로 가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제 신랑 베개를 제 베개 옆에 놓고 "서방님 담배 피우시오 ." 하면서 담뱃불을 붙여 베개에 기대놓는 것이었다.
박정승은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쓸쓸하게 혼자 중얼거리는 고독한 청춘을 보면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다. 그래서 어떤 놈이건 한 백 석쯤 재산을 마련하여 둘이서 멀리 가서 살게 쫓아 버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하인들에게 "오늘밤에 나가서 새벽녘에 아무 놈이나 하나 잡아와라." 하였다. 그 다음날 새벽에 하나 걸려든 놈이 있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 머슴으로 살다가 사내가 서울 구경이라도 한번 하고 죽어야겠다 싶어서 서울 올라왔다가 밤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걸려든 놈이다.
박정승 앞에 보자기에 쌓여온 놈을 내려놓고 "대감님, 하나 잡아왔습니다." 하였다. 대감은 "이놈, 네 성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벌벌 떨면서 모른다고 하려고 했는데 떨려서 말이 안나와 "모 모 모동술입니다." 하였다. 그런데 만성보를 아무리 훑어봐도 모가라는 성은 없었다. '그 참 이상하다. 모가라는 성이 없는데.' 하면서 "이 손님 사랑방에 따뜻하게 모셔라." 하였다.
그런데 박대감의 생일이 돌아왔다. 아버지의 생일이니 두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두 아들을 불러놓고 "사대부 집안에서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지만 너희 누이가 하도 불쌍해서 내가 남자를 하나 구해놨으니 백 석쯤 지워서 멀리 갔다 버리고 오너라." 하였다. 그래서 두 아들은 무주구천동 심심산골에 기와집 한 채를 사서 백석지기 전답을 장만하여 살게 해 놓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곳 관리들이나 선비들이 상대를 해 보니 무식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군다나 성을 물으니 모가라 하는데 만성보에도 그런 성은 없었다. 지방 선비들로부터 천대를 받고 관리들로부터 구박을 받으며 천민 취급을 받아 세금을 많이 내야 했다. 고을 원님 앞에 불려가서도 심한 질책과 멸시를 받으며 정승의 딸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박정승은 둘째 아들에게 가서 동정을 살피고 오라고 하여 갔다가 돌아 온 아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더냐?" 하니 "예, 그가 대우를 받겠습니까? 천대와 괄시를 받고 살지요." 하였다. "얘야 그놈을 양반으로 만들어주어라." 하고 명하였다. 둘째 아들 암행어사는 누이집에 내려가서 매제를 불러놓고 너와 내가 옛날 서당친구다 하고 이리저리하라고 일러놓고 내가 관아에 가서 친구를 불러오라 할 터이니 데리러오면 배짱을 부리고 이리저리하라 하였다.
관아로 가서 암행어사가 출두하였는데 암행어사가 출두하였으니 고을 원과 관원들 뿐 아니라 산천초목이 벌벌 떨었다. 술상이 차려져 나왔다. 암행어사는 "술상을 받고 보니 옛날 친구가 생각이 나는구나. 내가 서당을 다닐 때 같이 다니던 모동술이 이 고장에 산다는데 불러오라." 하였다.
고을 원이 하인을 시켜 모동술을 오라 하였다. 그러자 모동술이 배짱을 부리며 "보고 싶으면 제가 찾아올 일이지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느냐." 하며 못 간다고 하였다. 원이 하는 수 없이 관리를 시켜 데리고 오라 하였다. 관원이 갔으나 역시 배짱을 부리며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원님이 직접 모시러 갔다. 원님이 "어사께서 모선비를 모셔오라니 저를 보아서라도 가보셔야지요." 하였다. 모동술은 "원님이 여기까지 찾아오셨는데 가야지요." 하고 관아로 찾아갔다.
암행어사가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하고 "친구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물었다. "나 요새 이곳에서 천대받고 사네 그려." 하였다. 어사가 정색을 하고 지방 선비들을 다 불러 모으고 관원들을 모아서 호통을 쳤다. 앞으로 이 친구를 멸시하거나 건드리는 자는 용납지 않을 것이며 재산을 다 몰수할 것이다. 빼앗은 재산이나 세금은 다 돌려주라고 하고 만성보에 모가라는 성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천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설화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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