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함양읍> 죽림리> 절터골 호랑이
삼봉산 중턱에 옛날에 절이 하나 있었는데 노승이 동자를 하나 데리고 있었다. 잔심부름을 시키고 자신이 시주를 나갈 때는 절을 지키게 했다. 하루는 동자승을 두고 함양으로 시주를 나갔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둠이 짙어 가는데 동자는 절에서 스님을 기다리고 스님은 동자가 걱정이 되어 발길을 재촉하였다. 산골짜기에 이르자 호랑이 한 마리가 위쪽에서 눈에 불을 켜고 앉아있었다.
승려는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아무리 짐승의 왕자이기로 감히 사람이 가는 길을 가로막느냐 어서 비켜라!" 하였더니 호랑이가 슬금슬금 사라졌다. 그런데 절에 와서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잠을 자려는데 호랑이가 문밖에 와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보니 축담 아래 무릎을 꿇고 앉아 애원하는 듯하여 헛간에 가서 자라고 하니 그리로 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구나 하여 호랑이를 절에서 기르며 동자와도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이 시주를 하러 가고 동자가 밥을 짓고 호랑이가 산에 가서 나무를 물고 왔다. 그런데 동자가 나무를 자르다가 손에 피가 났다. 동자가 피가 흐른다고 호랑이에게 손을 내미니 호랑이가 그 피를 핥아먹었다.
피를 맛본 호랑이는 그만 동자를 잡아먹고 말았다. 이를 본 산신령이 노하여 호랑이를 보고 "네 이놈! 벌써 너를 죽일 것인데 다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기에 사람 가까이에서 살게 했더니 또 죄를 저질렀구나." 하고 지팡이로 허리를 내려치니 호랑이가 두 동강이 나서 뒷 부분은 뇌산 뒤의 산으로 튀어가고 앞 부분은 지리산 쪽 어디로 날아가 버렸다.
그로부터 그 승려는 그 절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 비어있었는데 절이 없어지고 지금은 절터골이란 이름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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