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함양읍> 죽곡리> 어사 박문수
어사 박문수가 임금으로부터 마패를 받아가지고 조령을 넘어 경상도 땅으로 암행의 길을 들어섰는데 시장기가 들어서 한냥밖에 없는 돈으로 점심을 사 먹고 나니 닷돈밖에 남지 않았다. 그 때 하얀 백발의 노인이 오더니 당신은 점심을 먹었는데 나는 배가 고프니 점심을 사 달란다. 어사는 닷돈밖에 없는데 이것을 주면 내가 저녁 먹을 돈이 없다고 하였다. 그 노인은 나는 지금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저녁걱정을 하느냐 해서 그 남은 닷돈으로 그 노인에게 점심을 사 주었다.
그 노인이 점심을 먹고 나서 뒤를 따라오라고 하였다. 한나절을 걸어 가서 저녁때가 되었는데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제일 큰 기와집에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가자 하니까 삼대독자 외동 손자가 지금 죽었는데 어떻게 손님을 모시겠는가 하였다. 그러자 그 영감이 아이가 아직 안 죽었다며 죽어있는 손자를 보고 아직 안 죽었다고 하였다.
노인이 말하기를 아이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그 피리 속에 지네가 들어 있다가 독을 내뿜어 지네독이 몸에 퍼져 있어서 그렇다고 하였다. 그러면 살릴 수 있느냐고 하니까 살릴 수 있다고 하고 닭이 집에 있느냐고 물으니 주인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장닭을 한 마리 가져와서 목을 찔러 그 피를 아이에게 먹이라 하여 그렇게 하였더니 아이가 살아났다.
외동 손자를 죽음에서 살려주었으니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가. 돈을 많이 주려고 하니 노인이 우리는 돈이 필요없다고 하고 우리가 언제 필요한지 모르니 필요할 때 찾아갈 터이니 천냥짜리 수표 한 장만 써달라고 하였다. 수표를 받고 거기서 자고 그 이튿날 또 걷기 시작하여 점심때가 되었다.
한 주막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노인이 그 집 안주인에게 오늘 저녁에 죽겠소 하였다. 건강한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웃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당신을 믿느냐고 하였다. 노인이 당신이 이 집을 지어 이사 올 때 부엌 살강 밑에 단지를 묻어놓고 돈을 모으는데 지금 그 돈이 삼천칠백일흔두냥 닷돈 오푼인데 가서 세어봐라 하였다. 세어보니 돈 액수가 딱 맞았다. 그러자 노인의 말을 믿고 죽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느냐 하니까 내 시키는 대로 하라 하였다. 오늘 밤 해지기 전에 일찍 저녁을 해먹고 대문을 꽉 걸어 잠그고 누가 와서 불러도 대답하지 말고 방에서 나가지 말라 하였다.
그 여인의 남편이 뱃사람인데 자기가 바다에 나간 사이 아내가 샛서방질을 한다는 아내에 대한 부정한 소문이 돌아 그 날은 배 타러 나간다 하고 나가서 칼을 시퍼렇게 갈아가지고 그 날 밤 현장에서 붙들어 아내와 그 사내를 죽이려고 왔던 것이다. 몰래 와서 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 밤새 몰래 숨어서 염탐을 해도 그런 행동을 발견하지 못했다.
남편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헛소문이었다. 그 이튿날 아내에게 하마터면 당신을 죽일 뻔 하였소 하고 사정을 이야기 했다. 아내도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부는 상의하여 부엌에 묻어 둔 삼천칠백일흔두냥 닷돈 오푼을 노인에게 주려하였다. 노인은 우리는 돈이 필요없다며 천냥짜리 수표 한 장만 끊어 달라 하였다. 그리하여 수표를 얻어가지고 하루 종일 걸어갔는데 길가에 한 마을 근처 큰 바위가 있는데 노인이 어사를 여기 있으라, 내가 어디 다녀오겠다고 하였다.
어사가 바위에 누워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 바위 밑에서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어사가 살금살금 내려가 보니까 한 처녀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놀라지 않게 가만히 다가가서 사연을 물으니까 자기 아버지가 이 고을 군수인데 나랏돈 이천냥을 가져다 자기 할머니의 병 구환에 썼는데 그것을 갚지 못해 자기 아버지가 죽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때에 그 노인이 돌아와서 이거 자네가 공들인데 주라고 하는 돈이다 하고 그 돈 이천냥의 수표를 주었다. 그래서 그 처녀가 공들여가지고 자기 아버지를 살리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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